[썰] 오늘도 우유배달은 평화롭습니다.










지금 한달이 갓 넘은 우유배달 알바에 대해 써보려한다.








이 알바에 대한 시작은 이렇다.


여름방학 내내 알바를 계속 알아봤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고,


날짜는 어느덧 8월 중순.







이제는 학기중 할 수 있는 알바를 구해야했다.


매달 마이너스 삶(잔고)이 너무 싫었던 나는


플러스 삶으로 업그레이드 하며 부모님에게서 경제적 독립을 원했고


 매달 최소 30만 이상의 급여를 받는 알바를 구해야했다.






그래서 수시로 드나들던 알바천국, 알바몬 그리고.. 교차로!!


교차로에 분홍색 처리한 이유는 ..


나름 팁이라면 팁이다.




다들 알고있겠지?


불과 3~4년 전까진 알바천국 알바몬 같은건 없고


교차로가 알바의 소통구였다는것을.





당신네들 아침일찍 등교하고 출근하고할때


사거리나 아파트단지에 쉽게 볼 수 있었던 공짜신문들 말이다.


벼룩시장, 교차로 등이 있었지.




당연 이 중 교차로가 구인의 "갑" 되셨었다.


이제는 알바천국 같은 알바 전문 사이트가 생기면서


한물 간 교차로가 되었지만




아.직.도 나이드신(그래봤자 30~40대) 각 사업지의 사장님들은


 이 교차로를 이용하시는분들이 계신다는 것을 난 간파했다.




요즘 교차로의 장점이라면 역시


많지않은 경쟁자들이겠지.




다들 알바천국 알바몬으로 몰려갔으니 말이다.






이 곳에 은근 꿀알바가 잘 올라오고


굳이 종이로된 신문을 보지않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구인/구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www.icross.co.kr





물론, 경쟁자가 적은만큼 구인 광고도 상대적으로 적다.




아, 물론 난 교차로 광고알바가 아님을 알려드린다.







그날도 교차로의 구인광고를 보고있었지.


특히, 운전직을 자세히 보고있었다.



운전만큼 머리 안쓰면서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알바가 많지 않기때문.


버스운전병 출신인 나는 운전은 껌도 안된다. 푸딩정도? 호로록.




처음엔 유치원 버스나 학원 스타렉스 구인 정도를 알아봤으나


시간대가 한두시간 차이로 애매했다.





그러다


우유배달이 구인광고로 떴다.


우유배달이라함은 새벽에 시작해서 오전 내에 끝낼 수 있는


어쩌면 대학생인 내게 적절한 시간대의 알바가 아닐 수 없다.




학점과 대외활동, 그리고 알바


세마리를 모두 잡기위해선


새벽~아침 알바시간대가 적당했다.




허나, 구인광고에는 30~40대를 요구하고있더라..





포기하지않는다.






일단 찔러보는것이다.


운전알바 경험과 버스운전병 출신임을 내세웠다.









그리고 약 3일 뒤 아름다운가게에서 봉사하고있는데 입질이 왔다.


가게로 한번 와보라는것.






기쁜마음으로 안면에 미소 한껏 장착 후


가게로 들어섰다.



어딜가도 첫인상은 호감형이라고 듣는 편이라


난 내가 이 일을 하게될거라고 믿어 의심치않았다.




근데, 사장님이 내 체격을 보시고는


일이 힘들것이라며 괜찮겠냐셨다.




각 집에 우유를 배달하는게 아닌


중,고등학교에 초록색 우유박스를 배달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각 반에 하나씩 넣어주기까지..ㄷㄷ












 [ 다들 이 초록색 우유박스를 기억하시나..? ]









일이 힘든대신 그만큼 장점도 있었다.



1. 급여는 높은편. 계산해보니 시급 만원꼴.


2. 출퇴근용으로 탑차 트럭을 쓰게해주겠다는 사장님.


3. 학교배달인만큼 학교 쉴때 다 쉬고 월급제라 급여는 고대로.


4. 매일 한두개의 유제품은 꽁으로 드셈






오오..


구미가 당겼다. 아니 완전 만족스러웠다.




특히 장점 1,2번이 맘에들었다.


이미 작년 도시락 알바때도 출퇴근용으로 트럭을 써본 경험이 있는 나는


비록 트럭이더라도 얼마나 요긴하게 쓰이는지 잘 알고 있기에..

( 출퇴근으로 쓰는건 기본이고, 가까운거리 이동, 집 군산에서 찬,짐 가져올때 요긴)





나는 덥썩 물었다.





「우유배달 아저씨」로 전직하는 순간이었다.









다음날 새벽.

(사진은 해가 뜰때이지만 보통 출근시간엔 캄캄하다.)




새벽 5시까지 출근이고


아침 8시면 일이 다 끝난다.






우리땐 안그랬는데 요즘엔 우유 종류도 참 다양하다.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을 다 먹을 수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자신이 우유를 바꾸고싶을땐 문자 하나로 간단하게 바꿀 수도 있었는데


밤 사이에 교환을 원하는 우유는


새벽에 출근한 내가 손수 하나하나 바꿔줘야했다 

분노2




우유는 또 어찌나 많이 먹던지, 한사람이 두개먹는것도 많았


여하튼 요즘 중고딩들.. 작작좀 마셔라..무겁다.



그리고 냉동고가 워낙 추워서 패딩은 필수 ㅠㅠ






나 이외에도 배달하시는 분은 네 분 더 있다.


각자 3~4곳의 배당된 학교가 있고


30~40대를 구인하는만큼 다들 진짜 아자씨들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대다수가 투잡이라고..( 아버지들 고생 많으십니다 ㅠ)







위 우유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각 우유에 학교 반 이름이써있고


우유 종류와 명언이 함께 기입되있다.






 이 사진은 지금 다니는 학생의 사진은 아니고, 대교단(대외활동) 같이하는 한 여학우의 페북에서 발견한 사진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맡고있는 학교 중 한 곳인 **여고 출신이며 그때 먹었던 우유 스티커 사진을 찍어놨던것.






우유를 다 교환했으면


학교별로 나름의 기준을 세워 탑차의 냉동탑에 다 싣는다.




그러고 각 학교로 고고!


난 중학교 한 곳과 여고 두 곳을 배정 받았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학교는 정말 '사랑'이다.




그렇지않은 학교는 각 학년 각 반마다 우유박스를 넣어줘야하기에


양손에 우유박스 두세개씩 총 4~5개의 우유박스를 들고 


낑낑대며 3~4층을 오른다.







처음 가는 학교는 그냥 밤이다.


깜깜하고 아무도없다.



그 텅 빈 학교에 우유를 날라 옮기는데


완전 무섭다..





특히나 복도 양 끝에 화장실이 있어


거울이 양 복도끝에 있는 학교이기에


갈때마다 소오름 ...


moon_and_james-33








두번째 학교에서 열심히 나르고있을때면


동이트기 시작한다.




각 학교 각 반마다 빨리오는 아이들 있지?


그게 마치 자기 숙명인 마냥 말야..


반 문을 자신이 열고 불을 켜야만 마음이 편한 친구들.



그 친구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매번 보는 얼굴이기에 정겹게(?) 인사도 한다.







각 반에 우유박스를 나르는건 힘만 쓰면 되니 어렵지않다.


문제는 각 층에 숨어있는 교무실, 행정실, 미술실 등 교사분들용 우유다.


이게 정말 헷갈린다.




지금은 익숙해서 우유의 갯수나 우유의 종류만 봐도


'아 미술쌤꺼네!'


할 수 있지만.



처음엔 꽤나 버벅댔었다.









이건 우유 박스 다뿌리고 전날 뿌렸던 빈 우유박스 수거한 사진.

(절대 비어있지않다. 빈 우유갑이 즐비해있어 썩은 우유냄새 대박)






세번째 여고를 갈때쯤이면


여고생들의 등교시간과 겹치게된다.





특히나 세번째 여고는 엘리베이터도 없기에


지옥의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여고생은 당신네들이 생각하는 상큼한 여고생들이 절대NEVER 아니다.





음.. 그곳은 던전이다.


던전엔 무엇이 살고있는지 그대들은 잘 알 것이다.


(실제로 각 반에 우유박스를 넣을라고 반 문을 열어제끼면 뭔 그런 쉰내가 날 수 있는건지..)





이 여고생들은 둘셋씩 짝지어 오므로 


우유박스 네다섯개씩 들고 가는 나에겐


슈퍼마리오의 초록색 파이프기둥에 튀어나오는 식물 몹 정도 되시겠다.







또 걸음은 어찌나 점잖으신지..


둘셋이서 진을치고 양반걸음을 앞에서 하고계시면




우유박스를 흉기로 쓸 수도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한다.






아 그리고 


이 여고생들의 관심아닌 관심도 문제라면 문제다.

(볼것이야 있겠냐만은)






실제로 내가 뒤에 서있는지도 모르고


자기들끼리


'우유 아저씨  #%#%$&^*'


같은 대화를 나누다가 내 헛기침 한발에


그들이 한참 조용해진다거나..




복도 끝에서부터 내가 우유 들고오는것을 노골적으로 바라보며 서있는 


몇몇 여고생들도 있었다.






이젠 한달 좀 넘어서 시시해졌는지


많이들 사라졌지만 ㅋ










여하튼 그렇게 모든 학교를 마치고나서 다시 우유매장으로오면


8시좀 못되어있다.



수거한 우유박스들을 내리고 탑차내부 한번 청소하고 집에오면


8시 10분정도.




부랴부랴 샤워하고 8시 45분쯤 등굣길에 오른다.






안힘드냐고? 이젠 많이 익숙해져 힘든건 잠시뿐이다.


그저 수업 중간에 주어지는 쉬는시간에


그 쪽잠이 그렇게 달콤할수가 없다는걸 느끼고 있는 요즘이랄까?







주절주절 우유배달 알바에대해 쏟아놓았다.




왠지 이 알바 하면서


여러 에피소드가 생길것같은 느낌이다.





그냥 썰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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