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옛것은 떨어지고 새것으로.









벌써 1년째 쓰고 있는 메탈엣린넨 시계. 액정도 빠져 깨져버리고, 쇠고리 이음새 부분의 가죽도 찢어져 있기에 AS를 보내야했다. AS요청 후 보내기까지 한 달. 보내고 나서도 수리비를 입급하기까지 며칠. 꽤나 밍기적대면서 겨우겨우 수리된 내 손목시계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1년 전 보았던 글씨체와 포스트잇이 함께 들어있었다. 밴드 한 쪽만 교체해주려 했으나 가죽 밴드를 잘 써줘서 두 쪽 다 교체 해준다는 고마운 내용의 포스트잇이었다. 








앞면만 봤을 땐 큰 변화가 없어보였겠지만 뒷면은 완전 딴판이다. 저 시커멓게 타버린 가죽 색이 원래 왼쪽의 밝은 가죽 안감 색과 같았다면 지난 1년간 내가 얼마나 이 녀석과 붙어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어머니께서 내게 가죽지갑을 선물하시며 해주신 말이 기억났다. 가죽은 손떼를 타야 더욱 빛을 발한다고. 근데 왜 이녀석은 그리 멋스러워보이지가 않는건지. 아무래도 못난 주인을 만난 탓이렸다.  








하나만 비대해진 구멍. 나에게 완벽 맞춤되었던, 당연스러웠던 무신경함에 다시 제 크기를 못찾고 있는 4번째 구멍이 꽤나 측은하고 안쓰러운건 여태껏 나를 위한 수고 덕분일 것이다. 도저히 내 손떼가 묻은 이 가죽끈을 버릴 수 없어 한쪽에 보관중이다. 

새로 착용하는 가죽밴드의 느낌은 꽤나 낯설고 까끌거렸다. 이 허연 녀석이 언제쯤 선배와 같은 색을 발하며, 너에게 맞춰진 온전히 너만을 위한 것이라고 느껴지게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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