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무전여행] 나홀로 제주 무전여행.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줄 알긴, 무한감사입니다. 월령리 판포리





전편

[제주무전여행] 나홀로 제주도 무전여행. 내 절대 위장은 쉬지 않게 하리.



 열심히 월령리 도로변을 걸었다. 가장 걱정했던 것 중 하나인 허기짐을 생각보다 쉽게 해결하고 아니,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었다보니 오히려 배가 불러서 걷고 있는게 마냥 산뜻하진 않았다. 하지만 땀흘려 돈도 벌고 챙겨주신 옥수수도 한 봉지도 있어 마음만은 뿌듯하여 무전여행 하기 잘 했다는 생각도 든 참이었다. 

갑작스레 선인장 군락이 나타났다. 선인장밭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제주가 따뜻하니까 선인장도 생산 할 수 있구나 싶었다. 지난 두 차례의 제주 여행에선 협재쪽에서 오설록을 보러 가기위해 제주 내부쪽으로 들어가야 했으나 이번엔 말 그대로 제주 해변가를 타고 한바퀴를 돌았기에 처음 지나가는 장소였다. 탈것 없이 뚜벅이로 걸었기에 이같은 광경도 볼 수 있는듯했다. 







점점 태양 빛이 뜨겁게 느껴졌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올레길 표지판이 보였다. 몇 번 올레길인진 모르겠지만 뭐에 홀린듯이 올레길을 타기 시작했다. 이번에 탄 올레길은 한 마을길을 타고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바로 왼쪽에는 바닷가의 파도소리가 들리고 인근에 자리잡은 관광객들이 편하게 휴양을 하고 있었다. 가족끼리 온 것인지 주차된 SUV 옆을 지나치는데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폰을 끼고있어 뭐라고 부르셨는는진 모르겠지만 날 부르는게 분명했다.



올레길 표지판





차 근처에 계시던 부부로 보이는 분들이 내 가방에 써있는 무전여행 보드판을 보신 듯 했다.  무전여행 잘 하라는 말씀과 함께 불쑥 참외 한 알을 건네셨다. 사양하는 것도 이상해 감사히 받았다. 오늘따라 호의가 넘친다. 물론 감사해야 할 일이었지만 이러다 왠지 안좋은일이 닥칠것도 같아 한편으로 불안했다.  구름이 점점 걷히고 다시 태양이 내리쬐었다. 길가를 따라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았다.



어떻게 먹을지 한참을 고민했었다. 물어뜯자.


참외 적립.





날씨가 좋으니까 사진도 이쁘게 나오고 사람도 별로 없어서 좋았다. 마을 주민들은 여행객 차림의 내 모습에 무전여행 팻말이 신기하셨는지 지나가는 내내 쳐다보셨다. 한참 주변을 돌아보다가 그곳을 나왔다. 

다시 도로변을 걷는다. 양손엔 일용할 양식과 셀카봉이 무장되어있다. 판포리 근처를 지나 한 시간쯤 걷고있는데 시내버스 한 대가 나를 지나쳐갔다. 저만치에 있는 정류장에 서더니 한 사람이 내린다. 이쪽으로 걸어오고 난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지나쳤는데 또 다시 불림당했다. 버스 안에서부터 내 무전여행 팻말을 보았는데 확실치가 않아서 지나쳐서 다시 확인하고 불렀다는 것이다. 치킨이 너먹 먹고 싶어서 협재쪽까지 가서 사왔는데 혼자 다 먹기 힘들고 하니까 같이 먹자는 제안. 뭐지. 오늘 나 먹을복 다 쓰는거냐.

자신이 머무르는 마을이 근처에 있다고 나를 데리고 앞장 서신다.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호의를 거절하는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유일하게 배불러도 먹을 수 있는 동물이 인간 아니더냐싶어 졸래졸래 따라갔다.   



치킨 먹기에는 뷰가 너무 좋은데..


와.. 무전여행에 치킨이라니. 그것도 두 번째.



도움 주신분이 머무르는 건물 옥상에 자리를 잡았다. 육지에서 직장에 회의감을 느끼고 벌써 한 달째 제주 이곳에서 머무르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여성분이셨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장소를 찾다가 이곳까지 오게 되셨다고. 그러고보니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협재쪽에서 내륙쪽으로 들어가는 코스를 밟다보니 현재 내가 있는 이쪽까진 그리 사람이 많지 않은듯 했다. 내게 차귀도와 비양도를 추천해주셨다. 이미 먹은게 너무 많아서 많이 먹지는 못하고 남기게 됐는데 도움을 주신 분도 더이상 못드시겠다며 남은건 싸가라고... 몇 번 거절하다가 결국은 내 검은 봉투에 적립하게 되었다. 이따 밤에 배고프면 차가운 치킨이나 뜯어야겠다 싶었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리고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내일은 차귀도에 한번 가봐야겠다.


와, 이제 완전 과포화다. 더이상 목구멍으로 뭘 더 넣을 수 없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어서 잠을 청할 곳을 찾아야 했다.


해바라기! 날 보고 있다면 잘 곳을 알려줘.


끝에 교회가 보인다..


도로변 끝에 교회 한 채가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저곳에 들러봐야겠다 싶어 발걸음을 부지런히 했다. 금방 도착할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걸어야 했다. 근처까지 가까이 갔는데 건물이 생각보다 새 건물이었다. 지은지 얼마 안된 신축 교회 건물 같았다. 조심스레 문을 열어보았다. 관리자이신듯한 분이 한 분 계셨다. 얘기를 들어보니 아직 첫 예배도 하지 않은 새 건물이라고. 조심스럽게 내 사정을 말씀드리고 몸 하나 뉘일 공간이 없는지 여쭤보았다. 먼지가 꽤 많이 쌓여있는데 괜찮냐는 말씀은 무한 사랑의 말씀. 본인은 집에 가볼것이라며 이른 아침 출발할 생각이면 자도 좋다고 하셨다. 감사합니다.


설교하는 장소인듯한 곳. 가장자리에 가방을 놓고 자리잡았다. 슬슬 어둠이 내려 앉는다. 배는 엄청 부르고, 잘 곳도 생겼더니 폭풍 잠이 쏟아졌다.










진행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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