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여행] 나 홀로 오사카여행. 운이 따라주는 하루의 시작. 도톤보리. 주택박물관.




전편 - [오사카여행] 나 홀로 오사카여행. 첫 해외는 역시 홀로 즉흥으로 떠나야 제맛. 허둥지둥 오사카 출발기.


 

 게스트 하우스를 빠져나온 다음 지나왔었던 무작정 도톤보리 거리로 향했다. 배가 고프다는 생각과 과연 일본어 하나 할 줄 모르는 내가 무얼 먹을 수 있을지 하는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도톤보리를 막 들어서는 입구 근처에 고기꼬치 노점을 가장 먼저 발견했다. 가격이 200엔이던가? 나는 일단 이거부터 좀 먹어보자 싶어 기웃기웃 했다. 사실 이것 하나 사는데도 꽤나 겁먹었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단번에 한국인인지 알아챈듯한 남성이 손가락으로 가격을 연신 외쳐댔다. 오오. 지져스. 내가 내손으로 처음 지불하고 사먹는 니뽄 음식이라니! 감격. 얼른 가격을 지불하고 한 입 뜯었는데. 왓더... 짜다 짜. 안동 간잽이도 놀라 싸인 받고 갈 정도. 그래도 배가 고파서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에피타이저도 못되는 양. 쩝쩝. 뭘 또 먹어야하나. 


200엔 맞네. 니뽄 간잽이.


지금 생각해보니 꽤 비쌌던거네.


잘 알지도 못하는 거리를 골목골목 쑤시고 들어갔다. 관광객들을 포함해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하긴 요새 심심치 않게 도톤보리 거리나 그 뭐냐 그..양팔 들고 뛰는 전광판 있잖아. 그걸 프사로 한 지인들이 꽤나 많은걸 보니 왠만하면 오사카는 한번씩 다 가보시는듯. 여튼 한 가게를 지나치는데 안에 사람이 꽤 많아보여 유심있게 살펴 보았다. 라면 집인듯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배려하여 친히 그림과 함께 가격 표시가 된 팻말이 입구에 서 있었다. 눈으로 대강 한 번 보고서 이곳으로 결정. 들어가려는데 알바생 같은 일본인이 단호한 표정으로 입구를 막았다. 한 쪽을 가리키는데 노란 의자에 한 커플이 앉아있다. 대기석이었다. 머쓱하게 오케이를 외치며 커플 옆에 앉았다. 10분 정도 기다리니까 단호했던 알바생이 친절해진 모습으로 자리를 안내했다. 시급용 친절 같으니. 여하튼 첫 음식점 입성에 꽤나 진땀을 빼며 간신히 자리를 부여 받았다. 나보다 먼저 기다리던 일본인 커플은 내 바로 오른쪽에 앉아 있어 괜히 뻘쭘했다. 코팅된 메뉴판을 보고 Hit 라고 써있는(히트다잉 히트!!) 고기가 둥둥 떠있는 라면을 가리켰다. 주문을 받은 알바생은 음식명을 큰 소리로 외쳤고, 요리하시는 아저씨들은 한 목소리로 크게 다시 한번 주문받은 음식 이름을 복창했다. 오호.. 박력있어. 근데 매번 이런 더운 요리를 하는 주방 열기와 송골송골 요리사들의 땀을 보고 있노라면 저 땀이 고대로 음식으로 떨어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건 나만 드는 생각인가요? 모자나 두건으론 한계가 있는거잖아요. 혹시 간을 맞추는 마지막 정수라던가...쩝..스미마셍.



일본어로는 뭐라고 읽는지 모르겠습니다.


박력남들. 송골송골.


혼자 먹는 사람이 꽤 많았다.




 얼마 기다리지 않았는데 주문 했던 라면이 등장했다. 일단 어마어마한 고기 크기에 먼저 놀랐다. 덤으로 꽤나 기름지겠다는 걱정도 한 스푼. 국물이 너무너무 진했다. 첫 술에서의 느낌은 상당히 짜다는 것. 일본 음식은 대체로 짠가? 여튼 배가 고팠으니 열심히 젓가락질을 해댔다. 고기도 야들야들하고 맛있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끝엔 느끼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많은 양은 절대 사양 않지. 열심히 목 안으로 넘겼다. 짠 것 빼고는 괜찮았다. 난 원래 미각이 좀 둔해서 왠만한건 다 맛있게 느껴진다. 내가 맛없다는건 정말 누가 맛봐도 맛없는거다. 우리나라에 있는 일본 라멘집에서도 그렇고 이곳에서도 그렇고 난 매번 일본 라멘을 시킬 때 그릇 한켠에 붙어 있는 저 김들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항상 난처해 하곤했다. '일본라면 + 김' 혹은 '일본라멘 + 김' 이란 키워드로 검색해봐도 잘 나오지 않더라. 저걸 국물에 푹 쑤셔 넣어 결국엔 모조리 입으로 털어넣어야 하는 것인가. 아님 김 특유의 맛만 들이게 하고 김을 먹지 않는 건가.  저기선 다 먹어버렸음.



한 치 속도 보여주지 않겠다는 의지의 진한 국물.



이거 찍는데 상당히 창피했음


도톤보리 거리를 좀 더 돌아 다녀볼까해서 서성이다가 이내 급 피곤을 느끼고 다시 게스트 하우스로 향했다. 그때 시간이 11시쯤 되었던것같다. 게스트 하우스는 전체적으로 후리한 느낌이 강했다. 계단 폭이 좁았던 것과 화장실이 조금 불편했던 것 빼고는 다 괜찮았다. 침대의 2층 자리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나는 아까 미처 풀지 못했던 짐을 풀고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 입었다. 하나 둘 오늘 같은 방을 쓰게 될 사람들이 들어왔다. 1층으로 내려갔더니 몇몇 사람들이 과자 안주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합석. 근처에 편의점에서 맥주와 과자를 좀 사왔다. 


한인 게스트 하우스인만큼 한국인 관광객들로 구성 되어있던 그곳. 대다수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었고 나는 어린 축에 속했다. 오사카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나는 열심히 오늘의 여행에 대해 늘어 놓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근데 뭐 지명이나 명소, 단어들이 너무 낯설어서 들어봤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서로 가보지 않았던 정보를 공유 하기도 하지만 갔었던 곳에 대한 본인의 느낌을 전달하는 공감 유도 방식의 대화가 대다수였기때문. 그래도 그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내 왼편에 앉았던 동생 두명은 자신들이 함께 사진찍었던 일본 여성 사진들을 자랑스레(?) 보여주었다. 일본을 포함해 이미 수차례 해외여행의 경험이 있는 2인조 형들은 본인들이 갔다왔던 나라들의 썰을 재미지게 풀어놓았다. 첫인상이 좋았던 두 형은 아무 정보 없어 막막해 하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자신들의 경험과 정보로 조금이라도 도와주려고 해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뒤늦게 합류한 여성 두 분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하는 대화가 너무 재밌고 유쾌했다. 뭔가 두 사람 얘기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반쯤 빨려들어갔다가 겨우 기어 나옴. 새벽 3시쯤 되어서 다음날 일정을 짜러 침대로 기어 들어갔다. 밑에선 남은 멤버들이 성교육(?)을 받고 있던데 여튼 나는 어쭙잖게 주어들은 정보와 검색을 토대로 내일 일정을 대강 짜고 늦은 잠자리에 들었다. 


타코야끼집. 내일 먹어야지.


도톤보리 거리와 평행하게 흐르는



어딘 일찍가야 좋고 어디는 뭐가 맛있고...어..근데..처음부터 다시 얘기 해줄래요?


오전 7시가 아직 안된 시간. 저절로 눈이 떠졌다. 지금까지의 홀로 여행에서 대부분을 이렇게 이른 시간에 눈을 뜨곤 했다. 부리나케 씻고 옷을 입고 단장을 마친 후 1층으로 내려갔다. 주인할머니께서 아침 준비에 분주하셨다. 내가 가장 먼저 내려온듯했다. 오늘 아침 메뉴는 김밥과 새우가 들어간 된장찌개. 맛 좋았다. 주인 할머니와 두런두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따님분(또다른 사장님) 흉도 조금 보시고, 일본 사람들 특성이나 단조로운 생활에 대해 얘기하셨다. 감사히 남은 음식을 먹어 치우고 커피까지 한 잔 하고 있으니 하나둘 사람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꽤나 친해져 굿모닝 정도는 외칠 수 있었다. 밖을 나서려니 지난밤 나에게 이것저것 알려주던 형이 뭔가 걱정스러웠는지 카톡 아이디를 저장해준다. 뭘 잘 모르겠으면 연락하라고. 크- 오사카에 피는 인정이란. 감사히 저장하고 밖을 나섰다. 날이 너무 좋다. 



3~4일을 텀으로 메뉴는 로테이션된다고.


살갑게 맞아주신 주인 할머니.


게스트하우스 입구


날이 참 좋았다.




나오자마자 어플 구글 지도를 켰다. 이 어플 참 유용하다. 지도를 잘보는 나는 특히 잘 썼다. 덕분에 길을 잃거나 갈 방향을 못잡아 해맸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켠형(도움필요하면 연락하라하셨던)이 '로손'이란 편의점의 슈크림빵이 맛있으니 보이면 들어가서 사먹어보라는 말을 먼저 따르기로. 가까이에있는 로손 편의점에 들어갔다. 듣던대로 왠만한 음식들이 양이 푸짐했다. 슈크림빵을 집어 사고는 다시 도톤보리 거리로 향했다. 주유패스 혜택으로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도톤보리 강 유람선을 미리 예약 하기 위해서였다. 허나 예약 하는 곳을 가보니 오전 11시부터 예약 가능하다고.. 좀 더 알아보고 갈걸 그랬다. 옆에 유명 타코야끼집이 이제 막 개시를 준비하기에 내가 첫 손님이 되었다. 근데 타코야끼집 알바생 참 타코야끼 대충대충 만들었다. 참 못생긴 타꼬야끼 한 박스를 건네는데, 내가 일본어를 못한걸 참 감사하게 여겨야한다 너. 아침을 이미 먹은 상태라 포장해서 봉지를 달랑달랑 들고 다녔다. 점점 먹을 것만 비축하고 있는 나였다. 


지난밤 유느님(게하에 계시던 또 다른 형 별명이다)께서 주택 박물관이 사람이 몰려 줄이 엄청 길어지니 아침 일찍 가장 먼저 가는것도 좋다고 하셔서 첫 목적지를 그쪽으로 정했다(주택 박물관도 주유패스 혜택으로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곳). 사실 그곳이 어떤 곳인지도 잘 몰랐다. 주택이 즐비한 박물관이겠거니 했지. 구글 지도를 이용해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지하철 역시 주유패스로 무제한 이용 가능했다. 잘 타고 잘 내렸다. 지하철 역에서부터 내 앞의 두 여성이 바삐 발을 놀리며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게 눈에 띄었다. 딱 봐도 나와 같은 목적지를 두고 계신듯 했다. 특유의 빨리빨리 특성이 보이는 발놀림에서 한국인 스멜. 두 분의 다리는 마치 오늘 안에 최대한 많은 명소를 돌아보겠노라 굳게 다짐한듯 성나있었다. 덕분에 난 그분들 뒤만 졸래졸래 쫓아 편하게 주택박물관 입구까지 갈 수 있었다. 벌써부터 줄이 늘어서있었다. 그래도 많지 않아 다행이었다. 졸졸 쫓아온 두 여성분들 뒤에 줄을 섰다.



한두 개는 문어 다리 옆으로 새서 두 집 살림 차렸어. 내가 봤어. 누군 쾌재를, 누군 깊은 빡침을 느끼겠군. 


양심이 있냐 없냐..


가는 길에.


주택박물관 입구


줄을 서서 개장을 기다리고 있다.


가지고 있는 타코야끼 봉지에서 타코야끼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는게 느껴져 주변 사람들에게 상당히 미안함을 느끼고 있을때쯤. 앞에 서계신 두 여성분이 한국인임을 확신하고 말을 걸었다. 뭐라고 말을 걸었더라. 한국분이시냐고 물었던가? 여튼 당연히 한국분이셨고 모녀 사이셨다. 혼자 왔느냐, 다음 일정은 어디느냐, 여긴 뭐하는 곳이냐 뭐 이런 대화가 오가면서 급 친한척 발동. 여긴 뭐하는 곳이냐고 물은건 나다. 정말 정보 하나 없이 온 곳이었기에. 일본 가옥 박물관은 맞긴 한데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기모노 체험이라고.....헉! 생각지도 못했다. 남자 기모노를 입고 나 혼자 여기저기 배회하며 어색하게 셀카를 찍고 있을 잠시 후를 생각하니 절레절레 고개가 돌아갔다. 여기까지 와서 기모노를 안입어 볼 수도 없고 음.. 방법은 하나다. 이 모녀 일행에 끼는 것. 최소한 사진 찍는데 창피함은 사라지겠다 싶었다. 곤란한 내 상황을 이해해 주셨던 두 분은 흔쾌히 동행을 허락해 주셨다. 내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이 돌발 상황을 즐기시는것 같기도. 내 G2의 열악한 촬영 환경을 본 따님(나중에 보니 동갑이었음. 이하 동갑친구.)은 친히 자신의 카메라로 나도 담아 주시겠다 약속하셨다. 개이득. 줄을 기다리며 꽤 많은 얘기를 했던 것 같다. 많이 친해졌다.



이하 사진 중 대다수가 동갑친구가 찍은 것이다.


입장권.


뜻밖의 기모노.



















 

기모노 예약이 많아서 입장 후 30분이 지난 뒤에 기모노를 입어 볼 수 있었다. 남자 기모노에 비해 여자 기모노가 모양과 색도 화려하고 훨씬 보기 좋았다. 남자것은 너무 단조로웠달까. 주택 박물관 내부는 그리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공간 활용을 참 잘 한것 같았다. 마치 장안을 구현한 듯한 거리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뀌는 낮과 밤의 조명과 배경 소리들, 소품들과 여러 체험들이 꽤나 그럴싸했다. 직원인듯한 남성분이 우리 셋을 찍어주겠다고 연신 '픽챠! 픽챠!' 를 외치셨다. 덕분에 셋이서도 몇 컷 찍었다. 작은 모형으로 만든 일본 옛 거리도 꽤 볼만 했다. 상당히 정교하게 만들어있었다.




옛 일본 거리 재현. 낮.


밤.













얼마나 어색한 포즈 시간이었는지..


두 분은 뒷모습만 올림.


누군가 찍어주는건 참 어색어색.




주택박물관에서 빠져나온 우리. 다음 목적지를 묻기에 생각해뒀던 곳. 근처 온천에 간다고 했더니 같이 가자고 하는 동갑친구. 서로의 일정을 비교해보니 반 이상이 비슷한 코스였다. 나야 혼자 다니는 것보다 훨씬 나으니 환영이었다. 밖을 나오니 날씨는 꽤나 후덥지근했다. 동갑친구는 준비성이 엄청 뛰어난 친구였다. 가는길과 대략적인 정보를 날짜별로 다 준비해 왔더라. 나와 같은 블로거라기에 블로그쪽으로도 얘기가 오고갔다. 생각보다 멀지 않은 장소에 온천이 있기에 걸어서 10분 정도 소요해서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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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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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사진 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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