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무전여행] 나홀로 제주 무전여행. 무전여행의 치트키. 진격의 히치하이킹. 히치하이킹. 대정읍. 사계 해수욕장.





전편 -[제주무전여행] 나홀로 제주 무전여행. 그 어떤 폭염도 나를 막을 수 없다. 차귀도 수월봉.



 어느정도 땀이 식은 듯 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바지를 털었다. 앉았던 자리에 엉덩이 부분의 씻었던 물기로 인해 큼지막한 사과 한 개가 그려져있다.  미안. 사과할게...... 난 이런 류의 농이 좋더라.  %ED%98%B8%ED%83%95%20%EC%9C%A0%EB%A0%B9

방향감각을 잃어서 어디로 빠져나가야할지 모르겠던 차에 익숙한 올레길 표식이 나타났다. 산 속 오솔길 같은 길이 쭉 뻗어있다. 그래, 이 맛이지. 뚜벅이 여행의 묘미. 무전 여행의 보너스 스테이지. 가보자!



잘 쉬고 갑니다. 고산 기상대.


반칙이야. 이런 길을 봐놓고 안갈수가 없잖아.


양 옆으로 나무가 우거지더니


다시 탁 트인 참 어여쁜 길.


시골길로 이어지고


2차선 도로로 나오게 되었어요.



 이젠 정말 방향을 잃어 버렸다. 바닷길을 따라가야해. 바다를 찾아 계속해서 직진을 강행했다. 어느덧 점심시간 때. 배는 슬슬 고픈데 해는 중천이어서 금세 또 땀이 나기 시작했다. 한 시간쯤 살짝은 불안에 떨며 발을 정신없이 놀렸다. 간간히 차가 지나갔지만 내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왠 승용차 한 대가 나를 지나치더니 100M 가량 앞에서 멈추고는 깜빡이를 켰다. 입질이다! 월척이 틀림없다. 힘들었던 것도 다 잊고 100M 전력질주해 차량에 가까워졌다. 가슴에 기대와 설렘으로 부풀어서. 


뜻밖의 행운. 뜻밖의 시원한 한 줄기 바람.


 중년 부부가 타고 계셨다. 매의 눈으로 내 배낭에 붙어 있는 '무전여행' 글자와 '중문'을 보셨는지 중문까지 가냐고 물으셨다. 그..그렇습니다.. 전하.(넙죽)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뒷좌석에 앉게 된 내게 아주머니는 자기들은 대정읍쪽으로 식사하러 가는데 거기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말씀하셨다. 여부 있겠사옵니까. 두런두런 얘기를 이어 나갔다. 두 분은 한림쪽에서 감귤 농장을 하시는 현지인이셨다. 육지에 내 또래의 아들이 공부 중이라며 자신의 아들이 육지에서 나처럼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셨다고. 그 도움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저씨께서는 내가 육지 어디에서 왔는지 등 나에 대해 물으셨다가 한창 건축 중인 건물들을 지나가시며 무분별한 육지, 중국 사람들의 유입과 사업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을 언급하며 혀를 끌끌 차셨다. 


 대정읍에 가까워졌을때 밀면 좋아하냐고 물으시는 두 분. 오랜만에 외식으로 밀면을 먹으로 가는 차였다며 같이 먹으러 가자는 제안에 대접에 준하는 도움을 드릴게 없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다음 번에 제주에 놀러왔을때 찾아와주는걸로, 두 분의 생활에 큰 하나의 이벤트라시며 그렇게 해주면 도움이 되겠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도저히 거절을 할 수 가 없었다. (사실, 내가 대답했는지 내 위장이 대답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두 손으로 번호와 주소지를 받았을 때 쯤 뜻밖의 점심 해결 장소에 도착했다.  



이 곳이 그 밀면 집.


두 분을 뒤에서 담았다.


 밀면을 언제 먹어봤던가? 딱히 기억이 없는걸 보니 이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현지인이 추천하는 밀면집이라 그런지 아니면 단무지 한 쪽마저 치킨급으로 느껴질 허기 때문인진 몰라도 정말 맛있게 밀면을 흡입했다. 이 곳은 꿩 만두도 참 맛있다며 만두도 시키시는데 '아줌마' 하고 부르시는 아저씨의 호령이 그 어떤 것보다 존귀한 명으로 느껴졌다. 아 맛있습니다. 맛있어요. 나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 따위의 생각은 밀면 국물 한 수저로 가볍게 쓰레기통 행.



밀면 is 뭔들.


꿩 만두


 거듭 감사 인사를 드리며 두 분이 가시는 차량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손을 흔들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하늘에 구름이 넓게 드리워져있다. 이거 어째 살짝 불안하다. 대정읍을 벗어나 큰 도로를 타고 다시 열심히 걷기 시작했다. 대정읍에서 좀 더 해변쪽으로 가면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로 향하는 배를 탈 수 있는 모슬포항이 있어 살짝 갈등 되었지만, 무전여행에 배표를 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애초에 계획에도 없던 부분이기에 마음을 접었다.


 이 길이 맞나? 생각하며 지도를 펼쳐 두 손으로 든채 걷고 걷고 또 걷고. 차는 슝슝 지나다니고 꽤 오래 걸었다 싶을 때 오른편에 기묘한 모양의 산이 나타났다. 바로 산방산. 중문으로 가는 길목에 만날 수 있는, 용머리 해안이 있는 곳으로 지난 제주 여행에서도 한 번 갔었던 곳 이다. 멀리 멀리에 있어 육안으로 보여도 그곳에 다다르는데까지 엄청 오래 걸릴것 같은 느낌. 그래도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지표가 되어주는 산방산이 보이자 불안함이 많이 사라졌다. 가는길에 어릴적 몇 번 보았던 하늘소를 오랜만에 마주칠 수 있었다. 요즘은 멸종위기에 처해 보는 즉시 신고해야한다던데 무전여행 할 당시엔 잘 몰랐던 사항.

 


아, 19km요? 금방 가겠네요. 네, 이틀이요.


슬슬 발바닥이 아파오게 했던 콘크리트 길.


걸음을 멈추지말라구 친구. 내가 지켜보고 있어. -산방산


가는 길에 마주친 하늘소. 안건들고 지켜만봤어요. 나 쇠고랑 채우지마요.



오잉? 왠 SUV가 내 옆에 선다. 두 시간 가까이 걷고 있던 차지만 아직 밀면 중년 부부의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까의 두 분보다는 좀 더 젊으신 부부가 타고 계셨다. 중문 가는 것 같은데 왜 이 길로 가냐는데. 오잉? 이 길이 아니었구만.  태워주시겠다는 말에 또 냉큼 탔다. 두 분은 서귀포로 향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넙죽. 감사합니다. 무전여행에 대한 얘기가 오고갔다. 사계쪽에 들리지 않냐는 물음에 사계쪽에도 한 번 들렸다 갈까 하는 갈등이 생겼다. 구미가 당긴다. 그럼 사계쪽에 내려 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자유자재로, 내 멋대로 향하는게 또 나홀로 여행의 재미죠. 


 보조석에 앉아 계시던 여성분은 올레길 사무국 사무국장님이셨다. 대단한 분이셨어..ㄷㄷ 나중에 서귀포에 도착할때쯤 올레길 시무국에 들리면 합당한 노동을 제공한다는 전제조건하에 식사 등의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무국장님. 오호라. 정말 솔깃한 제안이십니다. 목적지가 하나 생겨서 더욱 좋은 제안이었다. 사계 해수욕장은 금세 도착 할 수 있었다. 괜찮다는 거절에도 기어코 포도 한 송이를 손에 쥐어주시고는 두 분은 유유히 자리를 뜨셨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조만간 신세 갚겠습니다. 우연히 마주한 뜻밖의 인연.



오늘만 두 번째 히치하이킹!


감사합니다!


이런건 짐이 될 수 있으니 바로바로 먹는다.



사계 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사계 해수욕장은 생각보다 길게 뻗어 있었다. 끝에서 끝까지 걷는데만 몇십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파출소에 들어가 양해를 구하고 씻은 포도를 한 알씩 삼키며 해변가를 걸었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고 바닷물은 참 시원했다. 한 시간 가까이를 해변에서 시간을 보냈다. 해변가에서 주운 조개껍질과 나뭇가지로 무전여행 블로그 포스팅에 쓰일 타이틀도 만들었다. 글씨가 잘 써지니 기분이 좋았다. '아지옹'이란 글자를 붙였다가 없어 보이는 느낌에 급하게 지웠다. 한 개 더 만들었던 메시지가 있었지만 뭐. 흠.


사계 해수욕장은 길어요.




오랜만의 발 인증. 타..타고있어.


몰골을 보니 내 속도 타는군...ㅠ

은근 있었던 사람들.



조개를 줍고요


타이틀 완성!!



 사계 해수욕장을 벗어나자마자 지표로 삼았었던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이 눈 앞에 보였다. 지나가는 식으로 구경하자는 생각에 산방산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ATV 전용 길을 무쇠 다리로 건너고 종교를 넘나드는 잠자리 선별과 땀 목욕의 일정은 앞으로도 계속...


다음편에 계속




진행 상황




다음편 사진 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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