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우유배달 과정 속 숨은 조력자들.










우유배달의 과정은 지난 [썰] 오늘도 우유배달은 평화롭습니다. 에 설명한 적 있다.


이번엔 우유배달하면서 도움을 주시는 조력자분들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첫번째 조력자는 한 센터의 여성분이다. 사실 내 배달지를 정확히 나열하자면 중학교 한 곳, 고등학교 두 곳, 고등학교의 기숙사 한 곳, 그리고 센터 (미술치료, 심리상담, 학교폭력예방, 성교육 등을 하는) 이렇게 다섯 곳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여성분은 이 센터의 회원이신지, 아니면 그냥 같은 건물의 다른 곳에 계신 분인지 잘 모르겠다. 학교를 다 마치고 우유대리점으로 가는 길에 이 센터를 들러 우유 꾸러미 두개를 놓고 오면 되는데, 이 과정에서 좀 문제가 있다. 센터의 문을 여는 것은 8시 이후이다. 초반에는 일이 아직 몸에 익지 않아 항상 8시 이후에 도착하여 센터는 항상 열려있었지만 일이 몸에 익자 센터에 도착하는 시간대가 보통 오전 7시 40~50분이 되는 것이었다. 


그 날도 미리 도착해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있는데 이 여성분이 내게 말을 거셨다. 이 분으로 말씀드리자면, 매번 센터 앞에서 나와같이 센터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분이셨는데, 겉보기에(나중에 들었지만 실제로도) 지적 장애를 가져보였고 나이대는 가늠할 수 없었다. 자신이 문이 열리면 우유를 갖다 놓겠다며 달라는 여성분. 순간 망설여졌다. 이 분을 믿어도 될까? 혹시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잠깐의 고민 끝에 내가 내린 선택은 맡기는 것이었다. 항상 여기 계셨던 분이기에 어느정도의 신뢰는 느껴졌고, 겉보기로 판단해선 안되나 잘 해주실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달 경험을 토대로 느낀건데, 배달 고객님들은 어느정도 길들일 수 있다는 부분이 나를 그렇게 행동하게했다. 


정기적인 배달인만큼 고객님께서 크게 불편해하지 않는 선에서는 나의 재량을 좀 발휘해도 무방하고, 그 재량이란것은 어디까지나 전달에 큰 무리 없는 것으로 한정된다. 예를 들면 센터가 아직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센터의 문고리에 우유 꾸러미를 걸어두고 가고 이 행동이 계속 반복되며 우유가 정상 배달된다면 고객분들은 앞으로 우유를 문고리에서 찾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문고리 대신 이 여성분을 선택한 것이었다. 


고맙게도 이 여성분은 지금까지 우유전달을 잘 해주시고, 어떨때는 우유배달을 자신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로 느끼시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언가 의지가 있어보일때가 있다. 물론, 허리숙여 감사하다는 말을 항상 전하는건 내가 보답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였다. 언제 한번 이 분에게 우유꾸러미 하나 더 주면서 이건 드시라고 말씀드려야겠다.



   




두번째 조력자는 학교 내부에 있다.

보통 학교에 막 도착해 배달을 하려고 하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사람(그리고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숙직과 경비를 겸하시는 60대 이상의 아저씨(아저씨와 할아버지의 경계에 계시는)분이다. 우유를 직접 교실 안까지 넣어야 하기에 학교 대문과 곳곳의 문들을 열어 두어야하고, 이것을 이 숙직경비 아저씨들이 하신다. 그러기 위해선 항상 일찍 일어나셔햐야 하는게 필수. 그렇지만 말이 쉽지 종종 내가 숙직실을 두드려 깨우는 경우도 발생하곤 한다. 첫 학교인 중학교 숙직경비 아저씨는 상당히 친절하셨다. 내가 이동하는 경로의 문도 일일이 다 열어두시고, 불도 다 켜놓아주셔서 일하는데 큰 도움을 주신다. 두번째 착교의 숙직경비 아저씨는 두분이서 돌아가면서 하시는데, 한분은 중학교 아저씨처럼 친절하고 대화도 자주  걸곤 하신다. 다른 한분은 상당히 무뚝뚝하고 인사도 듣는 둥 마는 둥 하시는 경우가 많다.











내가 자세히 얘기하고싶은 분은 세번째 학교의 츤츤 숙직경비 아저씨(이하 츤츤 아저씨)이다. 아무래도 마지막 학교인만큼 배달 시간도 늦고 여고생들 등교와 겹치게 된다. 우유 배달 시간대가 늦는게 마음에 안드셨는지 츤츤 아저씨는 내가 일하기 시작하고 몇일 안되서부터 불만을 막 말씀하시곤 하셨다. 왜이렇게 늦게오냐는 둥, 요령이 아직 없다는 둥, 무거운거 들고있는 사람에게 자꾸 뭐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분을 츤츤 아저씨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내가 우유박스 4~5개를 들고 힘들게 계단을 올라 3층 혹은 4층에 갔다놓고 내려오다보면 1층에 있어야할 나머지 우유박스가 2층에 나란히 놓여져 있다. 그 중 또 몇개를 위 층으로 옮기다보면 남은 박스들은 또 한층더 올라가있는 것이었다. 1층 에 쌓아놓은 수거 우유박스들 정리도 다 되있는가 하면 행정실, 교장실 등 1층에 위치한 우유배달 장소는 내가 하기도 전에 이미 우유가 걸려있었다. 물론 1층 로비엔 내 눈을 피하는 츤츤 아저씨가 헛기침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불만을 궁시렁 궁시렁 하시면서도 내 일을 이유없이 도와주는 이런 츤데레 천사같으니..!


이제는 요령도 생기고 츤츤 아저씨와의 합도 생겨서 지옥의 세번째 여고 우유배달을 수월하게 하고있는 상황이다. 츤츤 아저씨는 여전히 츤데레의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조금씩 안보이는 친밀감이 쌓이고있는 것 같다. 가끔 츤츤 아저씨는 농담조로 말씀하곤 하신다. 


"니 월급 반절 나 줘야한다!"








대표적으로 두 분을 들었지만, 이 외에도 보이는 곳 안보이는 곳에에서 여러가지로 도움 주시는 분들은 더 계신다. 가장 밀접하게는 우유 사장님 두분부터 다른 배달아저씨들 등. 남들은 자고있을 새벽 시간대에도 어떤이들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사람은 또다른 사람을 만난다.    







요즘 하고 있는 생각 중 하나가 우유 나눔이다. 정기적으로 수요일, 금요일에 흰우유가 30~40팩정도 들어오는데, 이것들을 나누어 볼 생각이다. 가까이에는 내가 사는 원룸의 1층로비에 우유 함 같은것 하나 설치하고 간단한 메모와 함께 우유들을 여러팩 놓을 생각이다. 우유 배달 시작 전에 놓고 가면 출근 혹은 등교하는 사람들이 나가면서 한 두팩씩 챙겨 갈 수 있도록 말이다. 요즘 기온도 상당히 낮아져서 상온에 몇시간쯤 두었다고 빨리 상할 우유도 아니고, 오전 수업 후 남은 우유를 수거하면 괜찮겠다는게 내 생각이다. 바빠서 미처 아침을 먹지 못하는 이웃들에게 내 작은 나눔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계획을 조금씩 준비해 봐야겠다.

물론 이것에 대한 포스팅도 하겠지.




 

일상다반사/썰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