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돌담을 쌓는다
며칠동안 시간이 어떻게 스쳤는지 모르겠다.
삼사일에 한번씩 찾아오는 징검다리 전공시험이 정말 오랜만에 맞이하는 농밀한 질척임 속으로 온전히 빠져잠기게 하질 못하게 했다. 이 부부은 참으로 괴로웠다. 내 감정에 솔직하고 싶었고 이를 숨김없이 표현하고 싶었음에 전공시험은 그저 핑계일 뿐이라기엔 나는 생각보다 덜 삐딱하고 보기보다 합리적인 케릭터였다. 하지만 당장 내일 오전에도 전공시험이 있으니 지금 여기에 글을 싸지르는 나는 어지간히 갑갑했나보다. 친구녀석은 내가 왠만한 일에 있어서는 조금도 끄떡없이 일상을 유지할 놈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개인적으로 적잖히 놀라면서도 비춰지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나임에 뭔가 기분이 착잡했다. 솔직과 정직 사이의 갈등이 한동안 내 머릿속을 간지럽혔다. 그럼에도 하나둘 돌담이 쌓이는 느낌이다. 재보고 돌려도보고 억지로 끼워도보며 나름 견고한 돌담 모양새를 하려 고군분투중임에 조금도 거짓은 없다. 이런 분야에 어느정도 노련한 시공자가 곁에 없음이 조금 아쉽다. 누구 말마따나 내가 직접 굴러보는 수밖에. 근 한달동안 배설해놓은 비공개글은 깔끔하게 지웠다. 글로 감정을 푸는 방법은 몇 년전부터 꽤나 해왔던 행동이었지만 이제와서야 내가 그런식으로 나 자신을 달랬음을 새삼 깨닫는다.
멈춰있는 블로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향의 섬유유연제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간 읽는이의 입장에 좀 더 치우친 방향으로 글을 써왔다면 이제부터는 나 자신에게 맞춘 개인공간의 느낌이 강한 블로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예를들어 맛집 포스팅이라면, 정보를 알리기 위한 맛집이 아닌 온전히 내가 느낀, 그 당시의 내 소모적인 기분까지 포함한 그 감정 그대로를 드러내보려한다. 일상에서 일어난 일을은 물론, 문뜩 떠오른 생각이나 꽂힌 그 무언가에 대해 열심히 손가락을 굴려야겠다. 부수입을 겨냥한 포스팅도 자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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