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년 넘게 계속된 고양이 가족 스토킹. 옆뜰 고양이로소이다.



새벽1시. 고양이 두마리가 미친듯이 울어대는 밤이다. (=ㅅ=) 



어느덧 7월도 등과 허리의 사이를 더듬는것 같다. 미친듯이 쉬고싶어 반쯤은 누워있고 반쯤은 앉아있어 시간이 저만치 내달리기를 지켜보고 있는데, 이놈의 고양이들이 내 평화를 막 긁는다. 이것들이 이 한밤중에 뭘하고 있는진 모른다. 그저 캄캄한 어둠속에서 끊임없이 한시간째(지금까지도..) 울어댈뿐이다. 



"시끄럽다 이것들아!!!!"



창문을 향해 소리쳐보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윗집 여자가 이 길괭이들을 좋아하는 편이라는걸 눈치 챈 입장에서 내 목소리가 윗집 여자에게 닿을까 눈치가 보였지만 난 지금 상당히 깊은 빡침이 몰려온 상태다. 교미 버닝타임인지, 신경전인진 잘 모르겠다. 그저 내 고요한 새벽을 방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지만, 이것들도 자기들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라는 듯 점점 소리는 더 커진다. 그래 이것들아, 이 밤은 니들이 찢어라. 





태극무늬로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고양이 부부. 카메라를 들이대 인기척이 느껴지자 눈빛 봐라 이것들.





내 하루의 고단함이 가득 담긴 양말 두 짝을 벗어 던지며 하루를 마무리짓기를 반복한지도 벌써 1년 반이 된 이곳 자취방. 105호. 원룸의 구조가 특이해, 계단을 두 번 올라야 1층 복도가 나오는 이곳은 1층 세대도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해 있거늘, 창문을 열면 떡하니 녹음이 무성한 뜰이 위치해있다. 원룸과 마주한 교회. 그리고 그 사이에 원룸 주인이 과연 제대로 가꾸는가 의심이 될 정도의 무심한 풀밭이 매 여름 수많은 모기들을 생산중이다. 지난 봄과 여름 사이엔 이 뜰에 자라있는 앵두나무에서 앵두도 서리하고, 이름모를 꽃도 화분에 고이 옮겨왔던 곳이다. 그리고 이곳엔 길고양이 가족이 눈치 안보고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곳이기도하다. 






나는 창을 통해 고양이 가족들을 스토킹한다. 이 고양이들을 벌써 1년 넘게 지켜보고있어 나름 꽤나 정이 들었다. 마치 트루먼쇼 고양이버전이랄까. 어느 날은 지금보다 좀 더 날카로운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기에 고개를 빼꼼 내밀어 바라보다 마주한 교미타임. 암고양이는 거사 후 상당히 곤두선 신경을 주체 못하고 숫고양이를 공격하기에 이르렀고 (좀 잘하지 그랬니) 꽁지빠지게 달아나던 검은 고양이(숫놈)이의 잽쌉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몇달 후 세 마리의 새끼고양이들의 뒤뚱거림을 멀리서나마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게되었다. 소유욕이 일정도의 귀여움에 한동안 창문에 코를 박고 지내다 일상을 버티느라 금방 시들해졌다. 집 들어가는 길에 마주한 새끼고양이는 생각보다 빠르게 성체가 되어가고있었다.






새끼부터해서 고양이 부부까지, 사람에 대한 경계가 너무 커서 밤늦게 집에 들어가거나 새벽 우유배달을 위해 집을 나설때면 후다닥 거리며 달아나는 이것들에 심장이 쫄깃해진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현재엔 새끼들을 출가시킨것인지 성체의 크기가 된 새끼 한마리와 고양이 부부만 눈에 띈다. 숫놈은 나이든 아저씨마냥 리듬있는 고성방가로 늘 자신의 들숨날숨이 고름을 확인 시켜준다. 암놈은 눈치가 여간 빠른녀석이다. 아주 조심히 창문에 다가가야 이놈과 눈싸움을 피할 수 있다. 보통은 조금의 바삭거림에도 반복되는 눈싸움에 난 두손 두발 다 든 녀석이다.







아무래도 이번 겨울에 윗집에 새로 이사온듯한 여자가 애완동물을 키우는 듯 하다. 그리고 이 길고양이들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기도.. 주말아침, 따뜻한 햇빛에 침대에 누워 라디오를 듣고 있노라면 창문으로 축구공만한 무언가가 낙하하는걸 본적이 있다. 어떤 녀석이 무단 투기더냐 싶어 창문에 코를 갖다 댔다.



      



기르는 애완동물의 편식을 고쳐주겠다며 챙겨줬던 사료를 냅다 창가로 던진건 분명 아닐것이었다. 그렇지만 저것은 분명 사료였다. 혀를 날름거리던 한녀석도, 바닥에 바짝 엎드려 하품을 일삼던 다른 녀석도 순간 경계의 눈을 불태우고있었다. 나도 숨을 죽였다. 분명 나처럼 창문에 코를 박고 있을 윗집 사람이 입을 떼었다.



"니들은 좋겠다! 둘이라서.."


   

입을 막았다. 고양이는 울지 않았지만.. 윗집 여자의 말흐림에 나는 울컥했. 속 저 깊은 끝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처럼 느껴졌기때문이다. 이름모를 이 여자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105호를 흔들었다





경계하며 살금살금 다가오는 고양이.









올ㅋ 이게 닝겐들이 만든 사료라는 것이냥. 





그 후로도 사료폭탄은 며칠째 계속되었다가 요샌 그마저도 그친 모양이다. 

이쯤 글을 쓰고있다보니 어느새 고양이 울음소리가 멈춰있다. 수고했고 얼른 자라고 하는것 같아 마무리 하련다. 윗집 여자는 아직도 얼굴을 모른다. 그저 뒷태만 본 적 있는것 같다. 빅뱅 노래에 빤쓰차림으로 방에서 지혼자 신나 몸을 흔들어 대고있는데 창가에 들리는 컥! 소리에 급하게 뒤를 돌아봤을땐 왠 여자의 뒷모습을 마주했기때문이다. 급하게 비닐봉투를 수거하곤 사라지는 그 여자덕에 블라인드는 착실히 내리는 요즘이다. 뱅뱅뱅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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