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바다 보러 가자.




얼마 전 후쿠오카에 다녀온 룸메이트는 여전히 스시와 함바그 향수에 푹 젖어있는 상태였다.

향후 일정을 계획했던 것들이 최근에 좌절된 룸메는 옆에서 보고 있기에도 다소 지쳐 보였다. 바다가 보고 싶다며 같이 갈 거냐는 제안에 그 자리에서 대천 바다로 쏘았던 우리. 우중충한 날씨의 견제에도 결국엔 발목 복숭아뼈 언저리까지 바닷물에 적시 고야 말았다. 대천 해수욕장에 처음 와본다는 나를 무슨 천연기념물 반달가슴곰 정도로 바라보던 룸메 녀석. 대천 해수욕장 안가본 군산 사람 여기 있다 인마. 착실히 셀카봉도 가져가서 셀카도 찍고, 해변을 따라 걷다가 미친 짓도 해보고. 갑자기 더워지는 날씨에 황급히 카페로 대피해서 빙수도 먹었다. 브로맨스 보소. 나 여자 좋아함.


대천항에서 회를 좀 사서 전주로 돌아와서 소주에 먹는데 크-. 비록 파도소리는 안 들리지만 소주가 단물 같아서 머릿속에 내일 출근 걱정이 파도치기 직전까지만 마시자 했던 다짐을 철썩철썩 쳐댔다. 고창에서 가져온 복분자 원액과 탄산수 섞어 넣은 소주는 잘도 내 간땡이를 속여댔더라. 그래도 기분타고 들어가는 소주는 다행히 다음 날인 오늘. 조금의 숙취 보따리도 내려놓고 가지 않았다.


내가 누굴 위로해줄 입장이던가. 어쭙잖은 위로보단 고기 한 점이 더 낫다고 그러던데. 맞는 말 같기도. 뭐, 고기 사줄 돈은 현금으로 미리미리 뽑아 준비함. 먹고 마시고 으쌰으쌰. 그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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