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무전여행] 나홀로 제주 무전여행. 끝없는 뚜벅여정과 부처님의 자애로움이 함께한 밤. 화순금 해변. 수정사. 산방산.
전편 - [제주무전여행] 나홀로 제주 무전여행. 무전여행의 치트키. 진격의 히치하이킹. 히치하이킹. 대정읍. 사계 해수욕장.
내륙쪽으로 좀 걷다보니 산방산이 점점 커지고 용머리해안 이정표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두 번의 홀로 제주여행의 기억에서 관람료가 필요했던것으로 기억하기에 무전여행자인 나는 고민 없이 패스하기로 했다. 대신 산방산을 끼고 지나갈 수 있는 올레길 10번 코스를 타기로 결정. 한적한 시골길과 위에서 엄지 손가락으로 꾹 눌러주고싶게 생긴 산방산. 한 쪽에는 검은 모래알과 철썩이는 파도가 어우러져 있는 올레길 10번 코스는 두 눈으로만 담기에 너무 아쉬워서 1일차에 잃어버린 DSLR이 더더욱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400M 우측. 난 직진.
산방산이 보여
들어가지 않고 옆길로 들어섰다.
올레길 10번코스의 시작.
저쪽이 용머리해안인가?
나무계단을 따라가다보니
검은 모래해변 등장. 우앗 선물!
샛길로 들어서다보니 ATV 전용길에 들어서고 말았다. 한참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기에 급히 그곳을 벗어났다. 쩝.. 무전여행만 아니면 나도 한 번쯤 해보았을텐데 아쉽다는 생각이 스쳤다. 화순금 모래해변 근처 시골마을의 한 정자에서 다리를 쉬이는데 마을 주민이신듯한 아주머니가 천천히 다가오셔서 옆에 앉으셨다. 뭔가 반가움에 말을 걸었다. 이곳에 사시는지, 관광객들은 많이 오는지. 정말 시크하신분. 많은 대답을 단답 혹은 못들은 척으로 해주셨다. 음.. 쉬시는데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섰다.
화순금 모래해변은 관광객이 적지 않았다. 그리 맑지 않은 날씨에도 해변가에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물놀이 하기 바빴다. 멈추지 않던 구름은 산방산 정수리에 잠시 쉬는듯 했다. 오늘 해변은 많이 보았기에 쓱 둘러보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시크시크.
화순금 모래해변
구름을 쓴 산방산.
가는길에 주운 아직 다 크지 못한 귤.
화순금 해변을 보러 내려갔던 꼬불꼬불한 길을 다시 돌아 올라갔다. 서귀포 방향으로 정처없이 걷고 걷고 또 걷고. 다리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혼자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핸드폰의 작은 진동에도 쉽게 가슴이 부풀고 설레이던 때였다. 그땐 그랬다. '건강과 성 박물관'을 지나치고 '안덕 계곡'도 지나갔다. 국도 길은 끝이 없었다.
오렌지 빛의 햇빛이 바닥을 물들이더니 조금씩 어둠이 센터에 위치했다. 감귤 등을 파는 과일가게가 이정표마냥 몇 백미터를 텀으로 수시로 나타났다. 목이 말라 잠깐 들러 물을 얻게된 감귤 가게에서 주인 아주머니의 친절로 귤 하나를 맛보게 되었다. 목도 타고 그저 걷기의 연속이던 그 순간에 한 알의 귤은 쩍쩍 갈라지는 입술과 건기상태의 혀뿌리를 적시기에 충분했다. 아니, 솔직히 더 먹고싶다고 갈구하는걸 말리느라 애좀 먹었다. 제주까지 왔는데 감귤을 맛보지 못하는 스스로의 처지가 퍽이나 서러웠나보다.
한 알 이상의 의미였던 귤.
더 이상 버텼다간 꼼짝없이 전봇대를 죽부인 삼아 길바닥에 자게 생겼다 싶을 때 쯤. '우회전. 수정사.' 라는 표지판을 만났다. 오늘은 부처님의 자애로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싶어 자동으로 다리가 그 골목을 향했다. 가는 길에 왠 개가 나를 발견하더니 부모의 원수를 만난 마냥 사정없이 짖는다. 부담스러울 정도. 가까이 다가오진 않는다. 잽싸게 지나갔지만 수정사에 도착 할 때까지도, 그 이후에도 쉼 없이 짖는것이 인근 주민들에게 너무 죄송스러웠다. 수정사에 들어갔지만 사방이 너무 캄캄했다. 불상이 있는 곳을 잠깐 열어 내부를 확인해보았다. 난로인지 뭔진 몰라도 붉은 빛이 넘실거리고, 내부 온도가 상당히 따뜻한것이 이게 '안락함'의 정수라고 느껴질 정도. 건문 내부에도 별관 같은 곳도. 전부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다. 누군가 오겠지 하며 기다리다가 참지 못하고 불상이 있는 내부로 들어가 내부의 가장 가장자리라고 생각되는 부분이자 문을 열면 바로 발을 딛는 부분에 앉았다. 따뜻한 공기에 온몸이 노곤해지고 점점 몸이 풀렸다.
부처님의 선물이라 믿겠습니다..
"에그머니! 거, 누구요?"
갑작스러운 누군가의 놀람에 눈이 번쩍 뜨였다. 아무래도 참지 못하고 잠들었던것같다. 시간은 새벽5시가 다되어가는 시간. 왠 아주머니께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계하며 나를 보고 있었다. 벌떡 일어나 사과드리며 무전여행자인데 추위를 피해 들렀다가 잠이 들었다고 말씀드렸다. 경계를 푸신 아주머니는 좀 더 눈 붙이고 일어나면 먹으라고 참외까지 주셨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이 절을 관리하시는 분 이신것 같았다. 알람을 오전 7시로 맞춰놓고 못 잔 잠에 마저 들었다.
알람 소리에 눈이 떠졌다. 어느새 날이 밝아 있었다. 좋았어! 간밤도 무사하게 지나갔구나. 스스로를 대견해하고 부처님께 감사해하며 아주머니께서 주신 참외를 한 알 깎아 먹었다. 남은 한 알은 가방에 챙겼다. 밝아지자 그제서야 주변이 제대로 보였다. 머물렀던 주변을 깨끗이 치우고 밖을 나가보니 이번에도 아무도 안계셨다. 감사 인사를 드리지 못한 부분은 아쉬웠지만 또 오늘의 시작이 있기에 발걸음 가볍게 그 곳을 빠져 나왔다.
참외 잘 먹었습니다.
잘 쉬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일단 가장 가까운 중문 관광단지로 향하기로 했다. 그래도 좀 눈을 붙여서 그런가 기분이 상쾌했다. 오늘 하루의 목표는 서귀포시까지의 도달이다. 가자!
다음 포스팅에 계속..
예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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