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삼천포 무전여행(?)





무전여행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삼천포 무전체험.




무전여행에 대한 막연했던 희망사항 황석영의 소설 <개밥바라기 별> 읽는 속도가 한창 붙을때 쯤 그 관심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이 무전여행을 통해 대단한 무언가를 하거나 이 책이 무전여행을 테마로 삼은 소설은 아니었지만 내겐 그 어떤 여행 에세이보다 동기부여가 됐다. 젊음의 패기? 글쎄. 단순한 경험쌓기의 일부였을지도.









장을 만들어 주는 열정대학. 떠밀어 주는 건 좋은데, 내 멋대로 할 수 없어 상당히 불편한 그 곳. 열정대학에서 짜 준 나를 포함한 6명의 사람들이 1박2일의 짧은 무전체험을 하고 왔다.  


남해와 맞닿아있어 나에겐 상당히 먼 곳, 삼천포. 4시간 반을 버스에서 보내고 겨우 삼천포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이번 무전여행은 차디찬 겨울에 일단 남쪽을 선택한 면에서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터미널 근처 홈플러스에 모든 짐을 맡기고 시시한 시식코너를 전전하다 무작정 바닷가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웃도어 매장, 스포츠 관련 상품매장 등 걸으면 걸을수록 어촌 특유의 그 느낌보다는 상당한 번화틱함이, 우리가 이 곳에서 사람들의 인정을 무기삼아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게 만들었다. 알고보니 삼천포는 사천군에 속하기 전 삼천포 `시` 였다. 노동과 새참이 난무하는 그런 곳을 기대했던 우리는 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작은 부두. 회 센터와 비릿한 생선 내. 우리는 바닷가에 가까워졌지만 막막하긴 매한가지였다. 우리나라 가장아름다운 다리1호 삼천포대교와 해수욕장 두 곳을 가는게 이번 여행의 계획이라면 계획이었지만 배고픔에 지쳤던 우리는 당장의 식사 해결과 곧있으면 닥칠 어둠과 추위를 피할 잠자리를 구하는게 급선무였다.


 



삼천포대교로 길을 향하던 중 만난 유럽풍 풍차.

 




 



돌고 돌아 풍차에 도착한 우리는 이곳이 전망대 느낌의 구조물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큰 도로변으로 빠져나온 우리는 인근 가게에 무작정 들이대기를 시작했다.

슈퍼마켓은 깐깐하고 힘들거라던 걱정과는 달리 우린 두 곳의 슈퍼에서 라면과 컵라면, 강냉이(?) 를 얻는 쾌거를 이뤘다!

 






 





굳이 일 시켜달라 해서 슈퍼앞 청소 잠깐하고 두당 하나씩 얻게 된 소중한 컵라면. 바닥이 빨간 목장갑으로 내 옆에서 브이를 하고있는 슈퍼 알바생은 그 슈퍼 주인아주머니의 딸이었다. 우리를 마치 처음 본 생물보듯 신기함으로 가득찬 눈을 하고는 큰 호의를 베풀어 줬던 이 알바생은 예상컨데 따분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우리의 출현이 어떠한 이벤트보다 참신했으리라. 그러했다는걸 난 그때 표정으로 다 읽을 수 있었다. 컵라면 받아가는 내가 오히려 더 뿌듯한 느낌이 들정도였으니까.

 

 

 

라면을 얻어 기세등등해진 우리는 국물에 말아먹을 찬밥도 노리기 시작했고, 여러곳을 시도 끝에 한 중국집에서 6인분 이상의 밥을 꾹꾹 눌러담아 받을 수 있었다. 밥과 라면은 준비됐다. 뜨거운 물과 밥을 먹을 수 있는 따뜻한 장소가 필요했던 우리. 경찰서로 들어가고만다.

 







 





의외로 경찰님들은 우릴 거리낌없이 받아주셨고 우린 경찰서 곳곳에 라면냄새를 박아넣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편한 장소였다.다 먹자마자 풀어져 버린 우리. 정리를 마치고 그전에 찜해놨던 교회에 숙박 허락 맡으러 갔다.

 


허락이 될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갖고 교회에 들어섰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다음날 있을 교회 예배때문에 힘들겠다는것이었다. 막막한 심정으로 교회를 나서 근처를 배회하고있는데 아까 그 교회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우릴 손짓하며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

 



이상황에서 우릴 부른다는건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마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도 ??

다행히 긍정적인 대답이 우릴 맞이했다. 목사님의 변심이 큰 작용을 했단다. 아무래도 좋았다.




우리는 아이들이 예배하는 큰 방에서 잠을 청할 수 있게 되었다. 한숨 돌리고 있는 우리에게 다가온 청소년부목사님은 30대의 젊은 남성분이셨다. 우리가 처한 취업난이나 여러 부분에서 공감대를 만들기 시작한 목사님은 기독교스런 이야기를 잠깐 하시더니 들어줘서 고맙다며 다짜고짜 치킨과 피자중 택일을 하란다. 대박. 당연히 치킨. 치킨=진리..

 



손수 차로 우리를 태워주시고는 치킨집에 가게됐다.









 

정말 맛있었다. 무전여행 할만하단 생각. 솔직히 들었다.. 오늘처럼만 순탄하다면말이지. 


다 먹은 후 우리가 못가봤던 해수욕장과 삼천포대교에 데려가 주시겠다는 목사님은 `귀인`이 아닐 수 없었다. 난 아직도 그분의 존함을 기억한다ㅠ. 한웅 목사님. 감사합니다..

 





 



해변의 고운 모래. 바다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그리 많지 않은 바닷가. 쉴새없이 들리던 파도치는 소리. 기대에 부흥하진 못한 삼천포대교. 정말 멋진 무전여행 하루의 마무리였다. 교회 따뜻한 바닥에서 꿀잠자고 다음날 일찍 우리는 교회를 빠져나왔다. 비상금은 한웅목사님 선물 보내 줄 비용으로 쓰기로 결정한 우린 무전여행을 끝내고 나와 시은이는 차 시간 때문에 먼저 출발 했다.

 













이건 무전체험이라 해야 맞다. 노동으로 얻었어야 할 대가는 커녕 관광을 다녀왔다고 해도 부정 할 수 없는 여행이다. 무엇보다 여행 기간이 턱없이 짧았다. 무전여행 하다보면 우리처럼 하루가 순탄하게 지나가는 날도 있겠지만 그 하루가 매일매일 반복되진않을테니까. 사람 수도 여섯명은 너무 많은 느낌이다. 현지인이 노동을 원하고 그 대가를 지불 하겠다 했을지라도 이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엔 부담이 없지 않았을것 같다. 더군다나 혼성이라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무전여행보다는 단순 젊은 남녀의 짧은 타지체험이다. 


그래도 얻은게 없지는 않다. 우리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이나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을 `만나`며 나름 `시도` 라는 것을 했던 것이니까. 혹독함은 겪지 못했어도 자신감은 키워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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