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공병을 직접 팔아보았다. 130원? 50원? 작년도 공병은 얼마? 맥주병. 소주병.




 2017년부로 오르게된 공병 가격으로 웬만한 집 신발장 근처엔 원래라면 쓰레기 분리수거함으로 직행해야할 공병이 질서정연하게 줄을서고있다. 문득 궁금했던 그리고 다들 나처럼 궁금했을, 올해 이전에 생산된 공병의 가격은 올해 공병값 기준으로 돈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여 가지고 있는 공병을 몇개 들고 밖으로 나섰다.


그래봤자 아홉병정도.


뭐지 이 떨림은? 뭔가 살짝 샤이하면서도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망설임이 목죄어왔다. 그래도 호기심을 이기진 못해 집 근처 가장가까운 마트로 성큼성큼 향했다. 다행히도 손님은 별로 없었다. 좋아 지금이다. 들이밀자.



올해 공병 가격인 130원. 작년 공병 가격인 50원.


가게 문에 들어서자마자 아차 싶었다. 가게 사장님이 아닌 알바생인듯한 젊은 여성이 기계적인 인사로 "어서오세요" 하며 눈도 맞추지 않고 인사했기 때문이다. 알바생은 열에 아홉 공병 처리에 대해 다뤄보지 않았을거라 쉽게 짐작이 갔기에 조금 뜸을 들이고는 조심스럽게 공병을 팔 수 있는지 물어봤다. 역시나. 살짝 당황한 알바생은 긴급히 사장님을 호출했다. 계산대 앞에서 공병이 든 박스를 들고 있는 나는 침이 바짝바짝 말라갔다. 그리고 돌아온 답변에는 매주 목요일마다 공병을 매입하기에 오늘은 되지 않는다고. 아.. 그래도 공병 매입이 가능함에 원인 모를 안도 하며 가게를 빠져나왔다. 


그대로 다시 공병을 들고 집에 가는건 용납할수 없다. 다른 곳을 가보자.

멀지 않은 곳에 롯데슈퍼가 있기에 그곳으로 향했다. 




네, 연출 맞구요.


롯데슈퍼는 갈때마다 사람이 적지 않았기에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들어섰지만 저녁 식사시간때여서인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의 수에 적잖이 좌절. 계산대로 향하는 내가 들고있는게 롯데슈퍼에서 사려하는 물건이 아닌, 지난날. 그러니까 그저 그런날을 그저 그렇지 않은 날로 만들기 위해 가미한 몇 도의 알코올 잔해라는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최대한 숨긴채 태연한척 계산대에 박스를 올려놓았다. 올려놓자마자 거짓말처럼 롯데슈퍼 고객들이 내 뒤로 줄을 서기 시작. 난 몹시 애가 탔다. 


당황스러운 캐셔 아주머니의 표정을 보고도. 마치 흡연자가 담배를 달라 시키고는 그 앞에서 잠깐 기다리는 흡연자처럼 태연하게. 그렇지만 목소리는 캐셔 아주머니만 판별 가능하도록 바이브레이션을 최대한 감추며. "공병 팔 수 있나요?"




"아.. 네 팔 수 있는데 잠시만요, 실제로 파는 사람은 처음이라서.."


됐다. 되었다. 동네 사람들. 내가 처음이랍니다. 하하. 어서 이 무거운것들을 짤짤이로 바꿔주세요. 아닌게 아니라 처음이 맞는게 확실하단듯 쭈뼛거리고 당황하는 아주머니는 날 계산대 앞에서 상당 시간을 서서 뒷사람들의 시선과녁이 되도록 만들었다. 총기소지 금지인 이 나라에 눈총만은 허락되니.


궁금했던 부분도 풀렸다. 공병은 써있는 가격대로만 팔 수 있었다. 작년까지 생산된 공병은 맥주의 경우 50원에 팔 수 있었고 소주병은 40원이었다. 가격이 적혀있지 않은 공병의 경우 비스무리한것끼리 같은 값을 매겼다. 



계산이 늦어지자 내가 셈을 도와드렸다.


600원 나오셨네요.



영수증까지 알뜰살뜰히 챙겨주신다. 뭔가 대단한걸 해낸것 같은 기분. 한번 해봤으니 또 못할건 뭐냐. 집에 공병 수거함이나 하나 만들어 놓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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