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딸꾹질




동영상 아니니깐 누르지들 말어.

왜 이런 상태인지는 아래 써있응게.




 이상하다. 주말 내내 느닷없이 시작했다 그쳤다를 반복한 딸꾹질이 아직까지 이어지고있다. 무슨 일이지. 전에도 이렇게 길게 애를 먹었던 적이 있었던가. 음..심리적인 문제일까?



 일주일전에 다녀왔던 JENESYS 2016 일본문화탐방. 일상의 도피이자 활력소. 한 숨 돌릴 수 있는 보너스 스테이지와 같은 시간이었다.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니 그에 질세라 점점 원래보다 더 애같이 구는 내 모습도 우습기도 했고,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경험들과 혓바닥 위에 턱 하니 올려놓고 보는 각종 일식들은 간간이 떠오르는 한국에서의 일과 과제, 일정에 대한 압박을 스르르 녹이기 십상이었다. 비록, 다시 입국해야 할 날짜가 다가올수록 (반대로 말하자면 웬만한 일식은 다 섭렵했을 무렵) 그 압박이란 놈은 상당이 거대해져 스시와 라멘, 야끼니꾸에도 죽지 않았을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맞닥트린 원위치. 새벽 일과 학업, 해왔던 사업에 대한것들은 거부반응 하나 없이 원래대로 흐르기 시작했고. 그게 당연한 것이었다. 큰 향수가 없음에 더 놀라기도 했다. 팀 애기들의 대여섯번은 리플레이도 가능할법한 귀여움이 한번씩 떠오르는게 전부. 팀 내에서의 유행어들이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서 튀어 나오기도 했고. 음.. 다시생각해보니 샘플용 향수는 되는듯 하더이다.




 그리고 터졌지. 금요일. 예정되어있던 두 번째 인중과 턱 레이저 제모 시술. 이미 한 번의 경험이 있고 그 효과가 탁월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누웠던 시술대에서 난 그만 눈물이 고이는걸 느꼈다. 와- 이번 시술은 정말 미치도록 아프군요. 의사 선생. 비명을 안지른 저를 열댓번이고 쓰다듬어 주고 싶을 심정입니다. 지난번엔 이정도는 아니더니 왜...?



 이윽고... 시술 후 룸메 본가에서 팔자좋게 점심을 얻어 먹고서는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내 몰골이 왜이러실까. 딱 이모양 이다.


의..의사양반. 이..이게 어떻게 된일이오? 내가..내가..


 빨간건 그렇다 치자. 인중과 윗입술이 한껏 불어올라 누가봐도 벌에 쏘인 것 그 이상이고. 곳곳에 이 염증은 무어란 말이냐. 거울을 보니 도날드덕 차기 후보가 나랑 눈싸움을 벌이네. 지난번엔 이러지 않았는데, 분명. 흥분을 가라 앉히기 전에 핸드폰을 들었다. 당장 와보랜다. 이럴 때 쓰라고 산 말리부는 아니지만 이럇! 다 쓸어버릴 각오렷다. 어쩐지 엄청엄청엄청엄청 아프더라. 눈물은 엄살이 아니었어. 암.



 무엇보다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눈이 두 배는 커져 놀라는 의사 양반의 표정과 안쓰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간호사들. 이보시오. 환자를 안심시켜야 할꺼아냐. 그런 눈으로 보면 내가 무슨 생각이 들겠냐고 이사람들아. 당황한듯 분주한 의사 선생. 피부 진정 후 원인을 물으니 더 깊이 박힌 털 제거를 위해 원래와 다른 기계를 썼다가 반응이 요로코롬 시전되어 본인도 몹시 놀란 상태이다는 말씀. 화상이 확실한 것이었다. 아..내 피부의 문제라기보단 그쪽의 화력조절 실패로군요.. ㅂㄷㅂㄷ. 연거푸 사과와 후속 조치 및 서비스에 화를 꾹 눌러 참았지만.. 모 피부과. 차마 공개는 못하지만 조치 잘해줘야 할것이야..



 앞으로의 일정에 있어 차질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여 그 부분을 강조했다. 덕분에 금요일부터 매일매일(일요일까지-의사 선생님 혼자 출근해서라도) 피부과에 출석 도장을 찍고있다. 매일 피부 진정을 받고 약을 처방 받고 주사를 맞는다. 붓기는 가라앉는게 확실한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것. 잠깐의 화는 훅 지나갔고 적응과 순응. 이렇게 된바에야 오랜만에 집돌이가 되보자는 생각이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달까. 여태껏 밖에 있어야 사는 느낌이었거늘. 집이 이렇게 좋았던 것이더냐. 글을 쓰는 지금. 상태는 크게 호전되진 않았지만 붓기가 조금씩 가라 앉는게 보이기 시작한다. 전화위복이라고 위기를 기회로 이미 여러군데 돌려 쓰고 있다. 나쁘지 않다. 부모님 가슴 아프지 않게 조용하게 원상태로 복구허자. 맨 첨 사진은 하필 이시기에 일본 문화탐방단 팀 동영상을 만들어야 해서 어쩔수 없이 저런 모습으로 참여한걸 캡쳐한겨.



 아, 그렇지. 토요일엔 9개월 가까이 함께 살았던 룸메가 짐을 빼고 본가로 들어갔다. 그래서 더욱 집이 좋게 느껴졌는지도 모르지. 룸메의 옷걸이와 물건들을 빼니 그렇게 속이 시원하고 집이 깔끔해 보일 수가 없다 이거야. 물론 우리가 살면서 큰 트러블이나 마찰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알게 모르게 참아왔던 것들이 있었을텐데.. 그런것에 해방된 기쁨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랄까. 음.. 해방과 기쁨의 포효=딸꾹질 ?.


 여하튼 지난 목요일에 룸메와 단둘이 국밥집에서 국밥 하나 시키고 소주를 몇 병까면서 얘기하는데, 섭섭한건 그리 떠오르지 않고 고마웠던것이 너무 많았다고 생각했던건. 소주 네 짓이냐? 이렇게 혼자를 기뻐하는 나를 봐봐. 잔망스러운 녀석. 방금 룸메는 미처 챙기지 못한 짐을 챙기러 와서는 반찬을 뚝딱 하나 해주고는 점심을 먹고 갔다.



 자- 보자꾸나. 무엇이 딸꾹질의 원인인지. 그래, 너는 좀 알 것 같어? 

 글쎄, 나는 모르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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