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털과 안부 묻는 사이
3일이었던 목요일은 만 나이로 아직은 20대라는 위안의 작은 촛불마저 불어 끈 날이었다.
예전과 다를 바 없는데도 광대 오른위쪽이 몹시 건조해 미스트를 찾는가 하면
항상 저자세를 취하던 코털들이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 못내 신경 쓰이는 요즘.
무엇보다 마음이 나이 들어가고 있음을 느껴 몹시 초조해졌던 차에, 생일을 축하해주러 온 고향 친구 놈 중 하나와의 대화 속에서 오랜만에 '블로그'라는 키워드가 은근하게 꼭지 털을 간지럽혔다.
잘은 모르지만 N이버에서 일기 챌린지 비슷한 걸 했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불 끄고 누우면 습관처럼 보고 있는 유머방이나 이슈거리가 가득한 한 커뮤니티에서도 그 부분을 보았던 것 같았다. 그땐 별생각 없이 넘겼지만 친구 놈마저 그 챌린지에 도전하느라 열 올리고 있다며 보여주는 녀석의 블로그는 많많많이 투박하고 짤막했지만 블로그 냄새를 처음 킁킁대던 예전의 내가 겹쳐 보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블로그를 안 쓴지 3년이 꽉 찼다.
일상에 치였다기보단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봐야 하는 건가. 아니 이보다 더 나를 내리까는 문장으로 그동안 블로그에 소홀했던 자신에 대해 비난을 해야 마땅하지만, 중요한 건 이 포스팅을 끝으로 또 한동안 이 곳 문을 두드리지 못할까 봐 앞으로 꾸준히 해보아야겠다는 위험한 발상은 넣어둘 것이라는 점이다. 챌린지는 N동네 가면 포인트도 덤으로 챙겨주니 거기서 하도록 하자.
매일같이 커피 냄새를 맡는 일상이다.
이 곳은 그림의 공간이 되기도 하고 자수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식사를 하는 분들도 있으며 커피나 차를 앞에 놓고는 재잘대기도 한다. 많은 분들이 사진을 찍는다. 물론 날 찍는 건 아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이들이 이 곳을 좋아해 준다.
여성분들이나 커플들이 많이 찾는다. 남자 친구분들은 삼각대를 꼭 쥐고 들어온다.
몇 주 단위로 색을 바꿔가며 이 주변을 수놓는 많은 꽃들은 이미 여러 어머님들의 프로필에서 천왕봉 표식 바위나 강아지 '초코'를 밀어낸 지 오래다. 지금은 하얀 친구들이 바통을 넘기고 노란 친구들이 한 껏 물이 올랐다.
내게 주말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유감스럽다마는 이 또한 배부른 소리라 할 수 있겠다.
밤이면 뿌려지는 별들을 감상 아닌 감상도 해보지만 알고 있는 별자리에 대한 지식을 총동원 해 세어도 한 손이면 충분함은 물론이거니와
왜 시계의 차임벨 적임자로 뻐꾸기를 썼는지 증명해 보이는 주변에 터를 잡은 그것은 지가 똥을 싸든 내가 똥을 싸고 있든 간에 멈출 줄을 모른다.
적어도 날고 있을 때만큼은 울지 않아 줬으면 좋겠지마는 조금도 쉬지 않고 뻐꾹 대며 이 곳을 배회하는 게 가끔은 뻐꾸기 모양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촬영 기계이거나 드론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문장과 문장 생산 간의 고민 시간이다. 아니 일종의 배변활동이다.
생각해보면 블로그를 쓰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어떻게 하면 잘 쓰는 것처럼 보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과 되지도 않는 머리 짜기가 아니었을까. 그냥 있는 대로 느낀 대로 막힘없이 써 내려가면 되겠지마는 마냥 초등학생 일기처럼 쓰고 싶진 않을뿐더러 누군가 내 글을 본다는 의식이 점점 더 포스팅 시간을 길게 만들고 결국은 지쳐버려 손을 대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잘 쓴 것도 아닌 이번 글을 포함한 지난 포스팅들을 보고 있자니 기가 찬다.
그렇지만 난 또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의식하며 글을 썼다 고쳤다를 반복할게 뻔하다. 그게 나라고 뻔뻔해진다. 난 이제 완전한 30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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