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제주도 스쿠터 여행 - ③
자유 스쿠터 여행. 제주도.
천지연 폭포에서 부터 시작된 비바람은 점점 거세졌고 다시 오전과 같은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천지연 폭포 다음으로 가까운 쇠소깍에 갔다.
바위 틈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바위 절벽을 만나 폭포수가 되고
그 물줄기가 못이 되어 청록의 청아함을 드러냈다.
청록의 못은 점점 커졌고 그 웅장함도 같이 커졌다.
물이 너무 맑고 바위와 나무, 연못의 조화가 정말 예술이었다.
못은 이윽고 해변과 맞닿았으며
검은 모래와 돌이 즐비한 해변은 정말 장관이었다.
쇠소깍을 빠져 나오기 전에 근처 과일가게에서 천혜향 주스를 샀다.
한모금만 맛봤을 뿐인데 정말 새콤달콤했다.
두개 사서 집으로 모시기로 결정!
제주도를 크게 봤을때 6시방향에 있던 나는
3시방향에 위치한 섭지코지를 다음 목적지로 정했다.
출발하기 무섭게 비가 왕창 쏟아지기 시작했다.
벗어던 우비를 다시 입고 완전무장 후 출발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가며 찍은 해변
바람은 점점 강해졌고 파도가 그 정도를 알려주었다.
가는 길에 주유를 위해 알뜰주유소에 들렀다.
제주도 사투리를 걸쭉하게 쓰시는 주인 아주머니께서 젖은 생쥐꼴이 된 나를 보고는
들어가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몸좀 녹이라고 권해주셨다.
그 잠깐의 따스함 덕분에 이번 스쿠터 여행 감기 하나없이 잘 버텼는지도 모른다.
젖을 곳이 더이상 없을 정도가 되서야 섭지코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날씨 덕에 카메라 렌즈에 자꾸 물이 묻어 화질이 좋을 수가 없었다.
도저히 더는 담을 수 없다 생각하고 섭지코지를 빠져나왔다.
날씨는 여전히 짓궂었고 점점 어두워져가고 있었기에
근처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들어갔다.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
게스트 하우스에 들어가자 나를 맞이한건 30명 남짓되는 사람들
흑돼지 바베큐 파티 준비에 한창이었고
나도 급하게 씻고 이 저녁식사에 합류했다.
정말 배고팠기에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삼켰던것같다.
식사 하면서도 식사 후 간단한 맥주 타임에도 서로의 얘기가 끊이질 않았다.
제주도에 관한 얘기라면 무엇이든 귀를 기울였다.
어제와는 반대로 많은 사람들 속에서 시끌벅적한 분위기의 게스트하우스였다.
물론, 많은 사람들과 수다 떨면서 있는것도 즐겼지만
두 군데 다 경험해 본 결과 나는 사람 적고 조용한 곳이 더 괜찮은것같았다.
2차를 위해 들떠있는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와 나는 내 침대에 누웠다.
내일 남은 일정을 소화 후 12시 비행기를 타려면 무리해선 안돼었기 때문.
이튿날 아침. 역시 내가 가장 빨리 일어났다.
부지런히 씻고 토스트 조식을 혼자 꾸역꾸역 넘긴 뒤 조용히 게스트하우스를 빠져 나왔다.
어젯밤엔 어두워서 잘 몰랐는데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는
해변과 성산일출봉을 바로 뒤에 끼고 있는 최고의 장소였다.
게스트 하우스의 동물들.
바로 옆 유채꽃 밭이 너무 아름다웠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유채꽃 향이 나는 기분이다.
마침 비도 그쳐서 유채꽃길 사이를 가르며
기분 좋게 성산일출봉으로 출발했다.
어젠 웬수같았던 바닷바람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성산일출봉 도착.
어제 스쿠터 타던 중 오른쪽 다리 근육이 놀랐었는지 걷기가 상당히 불편했다.
그 고통이 그 다음날까지 가시질않더니 성산일출봉 오르고 내릴때
날 정말 힘들게했다.
그래도 이 악물고 버틴 보람이 있을정도로 성산일출봉에서 내려다 보는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다.
스쿠터를 타고 마지막으로 제주 해변도로를 달렸다.
제주시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아쉬워지고
제주도에 살고싶어졌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제주도 해변은 정말 눈이 부셨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그 날아갈듯한 자유로움에
몸둘바를 몰랐다.
해변을 달리던 중 스쿠터를 급하게 멈추게 만든 곳이 있었다.
사람이 수차례 드나든 듯 한 작은 입구의 언덕길.
시원한 바닷 바람과 쉴 수 있는 의자가 놓여진 그 곳은
어느 방향을 보아도 모두 보물이었다.
바로 그 장소에 그 시간에 나와 내 스쿠터만이 있다는게
이 모든 절경이 내 것 같아서 가슴 벅차고
너무 행복했다.
두눈 크게 뜨고 좀 더 많은 것들을 마음 속에 담아가고자했다.
가만히 있는 1분 1초 매순간마저 내 심장이었다.
충분히 힐링 후 마지막 코스인 김녕 해수욕장에 갔다.
사람이 없어 너무 좋았다.
바다 색도 정말 이쁘고 모래가 너무 고왔다.
나중에 몽고랑 오면 좋겠다싶었다.
스쿠터를 돌려주기 전에 제주도에서 유명한 고기국수를 맛보기위해 제주 시내로 들어갔다.
올레국수는 거리가 되고 자매국수는 줄이 엄청났다.
상대적으로 한가하고 가까운 삼대국수집에 가서 처음으로 고기국수라는걸 먹어봤다.
국물이 사골 느낌.
생각보다 느끼해서 국물을 다 먹을 수가 없었다.
국물 맛 빼고는 괜찮았다. 총점은 5점 만점에 3점. 전주에 살다보면 점수가 짜져.
탐라 스쿠터 대여점에 스쿠터를 반납 후 공항으로 갔다.
2박 3일의 짧지만 한 고생 했던 제주도 스쿠터여행의 끝이 보이자
순식간에 피로가 밀려왔다.
군산에 도착해 집에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뻗었다.
이번 여행은 처음 하는 것들 투성이에 나 스스로에겐 작지 않은 도전이었다.
일기예보를 접했을때부터 막막하고 걱정스러웠던 스쿠터 여행은 꺾이지 않고 진행됐고 성공적으로 끝이났다.
저가여행의 모토를 지켰고 해안도로를 위주로 다녔다. 비바람이 막아도 스쿠터 엑셀을 놓지않았다.
무엇보다 그 어떤것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것들을 두 눈으로 새길 수 있었다.
일단 내 의지와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킨 것에 박수를 치고
학교 복학 직전에 아주 귀한 것들을 취할 수 있는 행운에 감사했다.
혼자 여행의 묘미와 그 밖의 많은 것들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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